작년에 해 본 MBTI는 ENFP였는데 오늘 다시 해 보니 INFP가 나왔어요. 단톡방에 올렸더니 답장이 줄줄이 달렸어요. "네가 I라고? 모임 가면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제일 먼저 말 거는 사람이?" 그 말을 듣고 나니 더 헷갈려요. 나는 E일까요, I일까요?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MBTI는 내가 답한 나를 보여 주고, 친구의 말은 친구가 본 나를 보여 주니까요. 둘이 어디서 갈리는지 알면 결과를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어요.
MBTI는 어떤 검사일까?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미국의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만든 성격 유형 검사예요.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Carl Jung)이 1921년 책 『심리 유형』에서 내놓은 생각을 바탕으로 했고 첫 공식 안내서는 1962년에 나왔어요.
MBTI는 네 가지 지표마다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보고 글자를 하나씩 붙여요.
- 외향(E) · 내향(I)사람들과 어울리며 힘을 얻는 쪽인지, 혼자만의 시간에서 힘을 얻는 쪽인지
- 감각(S) · 직관(N)눈앞의 사실과 경험을 먼저 보는지, 그 너머의 의미와 가능성을 먼저 보는지
- 사고(T) · 감정(F)결정할 때 논리와 원칙을 먼저 따지는지, 사람과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지
- 판단(J) · 인식(P)미리 정해 두고 움직이는 쪽인지, 상황에 맞춰 열어 두는 쪽인지
네 글자를 조합하면 모두 16가지 유형이 나와요.
여기서 기억해 둘 점이 하나 있어요. MBTI는 내가 나에 대해 직접 답하는 검사예요. '처음 보는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나는 어떤 편일까?'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식이에요. 그래서 결과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담겨요.
MBTI 결과가 자꾸 바뀌는 이유
가운데에 걸친 지표는 쉽게 뒤집혀요
MBTI는 지표마다 둘 중 한 글자로 나눠요. 한쪽으로 뚜렷하게 기운 지표는 다시 해도 잘 바뀌지 않지만, 거의 가운데에 걸쳐 있는 지표는 문항 몇 개에 다르게 답하는 것만으로 글자가 바뀔 수 있어요.
MBTI를 펴내는 회사의 설명도 비슷해요. 다시 검사했을 때 네 글자가 모두 같게 나오는 사람은 절반 정도이고, 열에 아홉은 네 글자 중 세 글자 이상이 같게 나와요. 한 글자만 바뀐 사람은 대개 가장 덜 뚜렷했던 지표가 바뀐 경우라고 해요.
그래서 E와 I가 번갈아 나온다면 검사가 틀렸다기보다 그 지표에서 내 선호가 문항만으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에 가까워요. 상황에 따라 두 모습이 다 나오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답하는 날의 내가 결과에 섞여요
같은 질문이라도 시험 기간에 지쳐 있을 때와 여행에서 막 돌아왔을 때의 답은 다를 수 있어요. 요즘 되고 싶은 모습을 떠올리며 답하게 되기도 하고요. 스스로 답하는 검사에는 그 순간의 내가 담겨서 그날의 기분과 상황이 결과에 조금씩 묻어나요.
해 본 검사가 공식 MBTI가 아닐 수도 있어요
많이들 하는 무료 검사 16Personalities는 공식 MBTI가 아니에요. MBTI의 네 글자 표기를 빌려 쓰지만 성격 5요인(Big Five)을 바탕으로 짠 다섯 가지 척도를 쓴다고 직접 밝히고 있어요. 유형 뒤에 붙는 -A, -T가 그 다섯 번째 척도예요. 문항도 계산 방식도 달라서 여러 사이트의 검사를 오가며 해 봤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요.
MBTI 결과와 친구가 보는 내가 다른 이유
MBTI 결과가 매번 같게 나오더라도 친구들이 말하는 나와는 다를 수 있어요. 나와 친구는 나를 보는 자리가 다르거든요.
발표 전날 밤새 걱정했다면 나는 나를 걱정 많은 사람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친구가 본 건 다음 날 침착하게 발표를 끝낸 모습뿐이에요.
심리학자 바지어(Simine Vazire)는 2010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이 차이를 살펴봤어요. 불안처럼 속으로 느끼는 특징은 본인이 더 정확하게 알았고, 지적인 면이나 창의성처럼 스스로 판단하기엔 자존심이 걸린 특징은 친구들이 더 정확하게 봤어요.
평균적으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나를 아는 만큼, 더도 덜도 아니게 나를 안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하다기보다 잘 보이는 부분이 서로 다른 거예요. 그래서 내 눈에는 안 보이는 나를 알고 싶다면 친구에게 묻는 게 가장 빨라요. 조하리의 창에서 '보이지 않는 창'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부분이에요.
MBTI와 친구픽, 같이 보면 더 재밌어요
MBTI가 내가 답한 나라면, 친구픽은 친구들이 고른 나를 모아 보는 테스트예요. 상황 질문 다섯 개에 나도 친구들도 단어를 골라서 둘이 겹치는 곳과 어긋나는 곳을 보여 줘요. 자세한 방식은 사용법과 자주 묻는 질문에 정리해 뒀어요.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런 이야깃거리가 생겨요.
- J가 나왔는데 친구들은 '즉흥적인'을 골랐다면내 머릿속 계획이 친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을 수 있어요. 계획형과 즉흥형이 서로 어떻게 보이는지는 계획형 vs 즉흥형에 정리해 뒀어요.
- I가 나왔는데 친구들은 '분위기 띄우는'을 골랐다면속으로는 에너지를 쓰고 있어도 친구들 눈에는 모임을 살리는 사람으로 보이고 있을 수 있어요.
- 스스로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이 '창의적인'을 골랐다면앞의 연구처럼 창의성은 본인보다 친구가 더 잘 보는 특징일 수 있어요.
친구픽은 성격을 진단하는 검사가 아니에요.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아서 보여 줄 뿐이에요. 그래서 MBTI를 대신한다기보다 MBTI로 본 나 옆에 친구들이 본 나를 하나 더 놓아 보는 쪽에 가까워요.
다음에 단톡방에서 MBTI 이야기가 나오면 내 결과를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세요. "나는 뭐 같아?" 친구들이 고른 답이 검사 결과보다 더 의외일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