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수업 첫날,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다가 앞줄 학생에게 물어요. "이 수업에서 뭘 기대해요?" 학생이 또박또박 답해요. "두 가지요. 하나는 글을 빨리 읽는 법이고, 다른 하나는 읽은 걸 짧게 정리하는 법이에요." 옆자리 친구가 노트 귀퉁이에 뭔가 적더니 내 쪽으로 밀어요. "저 사람 엄청 똑똑해 보이지 않아?" 대답 한 번 들었을 뿐인데요.
처음 본 사람이 똑똑해 보인다는 느낌은 어디서 오고 얼마나 맞을까요?
똑똑하다 뜻, 또렷함과 총명함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똑똑하다'의 첫 뜻은 "또렷하고 분명하다"이고 예문으로 "발음이 똑똑하다"가 있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머리가 좋다'는 둘째 뜻 "사리에 밝고 총명하다"에 가까워요.
첫 장면에서 친구가 실제로 본 건 첫째 뜻의 똑똑함이에요. 두 가지로 나눠 또박또박 답하는 모습을 보고 둘째 뜻처럼 머리가 좋겠다고 짐작한 거예요. '똑똑해 보이는'이라는 말에는 이 짐작이 들어 있어요.
친구픽에서 '똑똑해 보이는'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는?"을 묻는 첫 번째 질문 '첫인상'에 있어요.
똑똑해 보이는 사람 특징,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첫 만남에서 똑똑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이 자주 눈에 띄어요.
- 묻는 말에 핵심부터 답해요"두 가지요"처럼 답의 뼈대를 먼저 말하고 하나씩 풀어요.
- 말이 중간에 끊기지 않아요"음… 그러니까…" 하며 머뭇거리지 않고 문장을 끝까지 맺어요.
- 말할 때 상대를 봐요설명하는 동안 시선이 바닥이나 휴대폰이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 가 있어요.
-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풀어요전공 용어가 나오면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예요" 하고 예를 들어 줘요.
같은 첫인상 질문의 '차분한'이 서두르지 않는 속도로 기억된다면, '똑똑해 보이는'은 말이 얼마나 또렷하고 짜임새 있는지로 기억돼요. 첫인상 질문의 다른 단어들은 나를 표현하는 단어에 한 줄씩 나와 있어요.
짧은 영상과 3분 대화로 지능을 가늠하게 했더니
첫인상으로 지능을 얼마나 알아볼 수 있는지 살펴본 연구가 있어요. 독일 괴팅겐대와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이 2021년에 발표한 논문이에요. 이 논문에는 연구가 두 개 실려 있어요.
첫 연구에서는 남성 88명의 지능을 여러 검사로 잰 뒤 기사 제목 소리 내 읽기, 몸짓으로 무언가 표현하기, 실험자 웃겨 보기를 하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찍었어요. 여성 16명이 이 영상을 보고 지능을 평가했고, 다른 여성들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외모나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따로 매겼어요. 16명의 점수를 평균 내 보니 똑똑해 보인다는 평가를 많이 받은 사람이 실제 지능도 높은 편이었어요. 한 사람이 혼자 매긴 점수는 평균만큼 들어맞지 않았어요.
둘째 연구에서는 대학 신입생 729명이 3분씩 스피드 데이트를 하고 상대의 지능을 가늠했어요. 여기서도 실제 지능이 높은 사람이 조금 더 똑똑해 보였지만 맞는 정도는 첫 연구보다 훨씬 낮았어요. 연구진은 두 연구를 묶어 지능이 첫인상에서 '어느 정도는' 드러난다고 정리했어요.
눈여겨볼 결과가 하나 더 있어요. 두 연구 모두 실제 지능이 높다고 이성으로서 호감을 더 얻지는 않았어요. 첫 연구의 일부 분석에서는 실제 지능이 높은 사람이 오히려 호감을 조금 덜 얻기도 했어요. 호감과 관련이 있었던 건 실제 지능이 아니라 똑똑해 보이는 정도였어요.
다만 첫 연구는 여성이 남성을 본 연구이고, 둘째 연구는 지능을 어휘 검사 하나로만 쟀고 대학생만 참여했어요. 연구진도 둘째 연구에서는 옷차림이나 액세서리처럼 소득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가 지능 평가에 섞였을 수 있다고 밝혔어요. 말이나 태도가 아니라 차림새를 보고 짐작한 몫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뜻이에요. 또 이 결과는 많은 사람을 놓고 본 경향이라 한 사람의 첫인상이 맞았는지까지 말해 주지는 않아요.
또렷한 말투와 눈맞춤, 무엇이 실제 지능과 이어졌을까
똑똑해 보이게 하는 단서와 실제 지능을 알려 주는 단서는 같을까요? 이 논문이 정리한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말이 막히거나 끊기지 않는 또렷한 말투는 똑똑해 보인다는 평가와 이어졌지만 실제 지능과는 관련이 없었어요. 말하는 동안 상대와 눈을 맞추는 건 달랐어요. 똑똑해 보이는 정도와도, 실제 지능과도 관련이 있었어요.
앞에서 본 특징으로 치면 말이 중간에 끊기지 않는 모습은 똑똑해 보이는 것과만 이어진 쪽에, 말할 때 상대를 보는 모습은 실제 지능과도 이어진 쪽에 가까워요. 사전의 첫째 뜻인 또렷함으로는 둘째 뜻인 총명함까지 알기 어려웠던 거예요.
'똑똑한'이 아니라 '똑똑해 보이는'
교양 수업의 그 학생이 정말 똑똑한지는 대답 한 번으로 알 수 없어요. 옆자리 친구가 본 건 머리가 아니라 또렷한 대답이었으니까요. 첫인상으로 가늠한 지능은 조금 맞는 데 그쳐요. 그래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가늠할 수 있는 건 '똑똑한지'보다 '똑똑해 보였는지' 쪽이에요. 그러고 보면 노트 귀퉁이에 적힌 말도 "똑똑해 보이지 않아?"였어요. 친구픽 첫인상 질문에 있는 단어도 '똑똑해 보이는'이에요.
친구들이 '똑똑해 보이는'을 골라 줬다면 처음 만난 날 묻는 말에 또박또박 답하고 말할 때 눈을 맞추던 내 모습이 친구들 기억에 남았을 수 있어요. 친구들이 이 단어를 고르지 않았다고 덜 똑똑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친구마다 여덟 단어 가운데 한두 개만 고르니 '밝은'이나 '차분한'이 먼저 떠올랐을 수도 있어요. 첫인상이 잡아내는 지능도 애초에 일부뿐이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