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질문 있는 사람?" 하고 묻자 강의실이 조용해져요. 그때 뒷줄의 한 친구가 손을 들어요. "방금 그 그래프가 잘 이해가 안 돼서요, 한 번만 다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업이 끝나고 나가는 길에 그 옆에 앉았던 동기가 말해요. "아까 그 질문 나도 궁금했는데 덕분에 알았어.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물어봐?" 정작 손을 든 친구는 그 순간 심장이 쿵쾅거려서 목소리가 떨리는 게 다 들렸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겉으로 보인 당당함과 속으로 느낀 떨림, 둘 다 진짜예요. 당당한 사람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떨리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건 왜인지 이어서 볼게요.
당당하다 뜻, 떳떳한 모습과 태도
'당당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남 앞에 내세울 만큼 모습이나 태도가 떳떳하다"는 뜻풀이가 나와요. 이 풀이가 가리키는 건 '모습이나 태도'예요. 속으로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남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떳떳하다는 말이에요.
당당한 사람 특징, 다섯 마디로 보기
당당한 사람 하면 어깨를 펴고 눈을 맞추는 모습부터 떠오르지만 여기서는 그런 순간에 하는 한마디로 볼게요.
- "잘 모르겠어요"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른다고 말한 뒤 물어봐요.
- "이번엔 어려울 것 같아"거절할 때 이유를 길게 덧붙이기보다 짧고 분명하게 말해요.
- "이거 제가 시킨 거 맞을까요?"잘못 나온 것 같으면 그냥 먹지 않고 차분히 확인해 달라고 해요.
- "고마워"칭찬을 받으면 "고마워" 한마디로 받아요.
- "나는 생각이 좀 달라"다들 한쪽으로 기울어도 내 생각이 다르면 조심스럽게 말해요.
다섯 마디 모두 큰 소리로 할 필요가 없어요. 떨리는 날에도 해 볼 수 있는 말들이에요. 당당함은 목소리 크기보다 내 생각과 필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데서 드러나요.
무례함·자신감·차분함과 다른 점
당당함과 무례함은 둘 다 할 말을 한다는 점에서 닮아 보여요. 차이는 상대를 깎아내리느냐에 있어요. 잘못 나온 메뉴를 확인해 달라고 하는 건 당당함이지만, 직원 탓을 하며 언성을 높이면 무례함이 돼요. 의견을 말할 때는 차이가 하나 더 있어요. "나는 이 방법이 낫다고 봐, 너는 어때?"처럼 내 생각을 말하면서 상대 생각을 들을 자리도 남겨 둬요.
자신감과도 조금 달라요. 자신감이 '해낼 수 있다'는 속마음이라면, 당당함은 남 앞에서 보이는 태도예요. 그래서 자신이 없는 날에도 당당하게 행동할 수는 있어요.
차분한 사람과도 겹쳐 보이지만 차분함은 반응의 온도가 크게 바뀌지 않는 쪽이고, 당당함은 떨려도 할 말을 하는 쪽이에요. 차분한 글에서 본, 속은 떨리는데 겉은 평온해 보이는 일이 왜 생기는지는 다음 연구가 보여 줘요.
떨림은 생각보다 덜 보여요
미국 코넬대 학생들이 둘씩 짝을 지어 주제 카드를 받자마자 3분 동안 즉석 발표를 했어요. 발표가 끝나면 발표한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긴장해 보였을지를, 들은 사람은 발표자가 얼마나 긴장해 보였는지를 매겼어요. 발표한 사람들은 자기 긴장이 들은 사람이 본 것보다 더 잘 드러났다고 짐작했어요. 심리학자 케네스 사비츠키(Kenneth Savitsky)와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가 2003년에 발표한 연구예요. 내 마음이 실제보다 더 잘 보인다고 여기는 이 경향을 '투명성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이라고 불러요.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해요. 사람은 자기가 느끼는 떨림을 기준으로 남 눈에 보일 모습을 짐작하는데 그 기준에서 충분히 덜어 내지 못한다는 거예요. 내 속은 나에게만 생생할 뿐 듣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전해지지 않아요.
두 번째 실험에서는 학생들이 카메라 앞에서 발표했어요. 발표 전에 "긴장은 생각만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아무 말도 듣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기 발표를 더 좋게 평가했어요. 나중에 발표 영상을 본 사람들도 이들의 발표를 더 좋게 평가했고 이들이 더 침착해 보인다고 했어요. "걱정하지 마"라는 위로만 들은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차이가 없었어요. 적어도 이 실험에서는 위로보다, 떨림이 덜 보인다는 사실을 아는 게 도움이 됐어요.
친구들은 당당했다는데 나는 떨렸다면
첫 장면의 그 친구는 '나의 숨은 매력은?' 질문에서 '당당한'을 고르지 않았을지 몰라요. 그날 떨렸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니까요. 그런데 옆에 앉았던 동기가 이 단어를 골랐다면 결과에서는 '내가 몰랐던 나'로 나와요.
반대로 나는 '당당한'을 골랐는데 친구들은 거의 고르지 않았다면 '나만 아는 나'에 들어가요. 당당함은 늘 보이기보다 질문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순간에 드러나서 친구들이 그런 순간을 아직 같이 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면 손을 들 때 쿵쾅거렸던 마음은 고를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서 결과에는 나오지 않아요. 조하리의 창으로 보면 나는 알고 남은 모르는 '숨겨진 창'에 들어가는 마음이에요. 숨겨진 창은 내 이야기를 할수록 줄어들어요. 다음에 누가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라고 물으면 "사실 그때 엄청 떨렸어"라고 말해 보세요. 떨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도 당당함의 한 모습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