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밤늦게 카톡을 보냈다고 해 볼게요. "나 오늘 면접 완전 망쳤어."
A는 이렇게 답해요. "무슨 일 있었어? 천천히 얘기해 봐." 그리고 친구가 길게 늘어놓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요.
B는 이렇게 답해요. "아, 진짜 속상하겠다. 그거 준비하느라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잤잖아."
둘 다 좋은 친구예요. 다만 A가 잘 들어주는 쪽이라면, B는 공감 잘하는 쪽에 조금 더 가까워요. 친구픽 세 번째 라운드 '모임에서'에는 이 두 단어가 나란히 들어 있는데 비슷해 보여도 무게중심이 달라요.
잘 들어주는 것과 공감하는 것의 차이
잘 들어주는 건 자리를 내주는 일이에요. 끊지 않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상대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태도죠. 공감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의 감정을 내 말로 되돌려 주는 일이에요. "속상하겠다", "그건 서운할 만했네"처럼 상대가 느끼는 걸 이름 붙여 주는 거예요.
그래서 말수가 적어도 잘 들어주는 친구가 있고,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벌써 같이 울컥하는 친구도 있어요.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친구마다 위로가 되는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공감 잘하는 사람 특징
- 해결책보다 마음을 먼저 물어요. 연애 고민을 들으면 "헤어져"나 "먼저 연락해 봐"보다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가 먼저 나와요.
- 상대의 사정을 기억해서 감정을 이어 붙여요. 위의 B처럼 친구가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고 있으니 속상함의 크기도 같이 가늠해요.
- 기쁜 일에도 공감해요. 공감은 힘든 일에만 쓰는 말이 아니에요. 친구가 동아리 공연을 무사히 끝냈을 때 자기 일처럼 들떠서 축하해 주는 것도 공감이에요.
- 표정이 먼저 반응해요. 듣는 동안 얼굴에 상대의 감정이 그대로 비쳐서 말하는 사람이 "얘는 내 얘기를 진짜 듣고 있구나" 하고 느껴요.
다정한 사람과는 어떻게 다를까
두 번째 라운드 '친해지면'에 있는 '다정한'도 공감과 자주 같이 쓰이는 단어예요. 굳이 나누자면 다정함은 평소에 늘 깔려 있는 말투와 태도의 온도이고, 공감은 상대에게 어떤 감정이 생긴 순간에 반응하는 힘이에요. 평소엔 무뚝뚝한데 친구가 힘들 때만큼은 누구보다 정확하게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친구에게는 다정하다는 말보다 공감을 잘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어요.
공감 잘하는 사람이 오해받기 쉬운 점
공감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입장에 빨리 서다 보니 "너는 왜 맨날 쟤 편이야?"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실제로는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각자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건데 겉으로는 줏대가 없어 보일 수 있어요. 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오래 품고 있다 보니 고민 상담을 연달아 들어 준 날엔 본인이 먼저 지치기도 해요.
내가 공감을 잘하는지 나는 왜 모를까
공감은 내 안에서 일어나지만, 그 효과는 상대 쪽에서 느껴져요. 나는 그저 친구 얘기를 듣고 같이 속상했을 뿐인데, 친구는 그 한마디 덕분에 그날 밤을 조금 덜 힘들게 보냈을 수도 있어요. 내가 건넨 말이 어떤 무게로 닿았는지는 받은 사람만 알아요.
그래서 공감 잘하는 사람은 누군가 직접 말해 주기 전까지 자기 장점을 잘 몰라요. 조하리의 창에는 '남들 눈에만 보이는 나'를 위한 칸이 따로 있는데 공감은 그 칸에 자주 놓이는 장점이에요.
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주는 쪽이었다면 이번엔 반대로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 들어 보세요. 생각지 못한 단어가 돌아올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