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가는 길, 단톡방에 "다들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이 올라오는 건 흔한 일이에요.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 개인 톡으로 "아까 좀 피곤해 보이던데 잘 들어갔어?"라고 따로 묻는 친구는 많지 않아요. 이런 친구를 두고 우리는 보통 "걔 진짜 다정해"라고 말해요.
다정하다는 말은 자주 쓰지만 막상 무엇이 다정한 건지 설명하려면 막연해져요. 다정한 사람 특징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하나씩 짚어 볼게요.
다정함은 왜 친해진 뒤에 보일까
다정함은 첫 만남에서 잘 드러나지 않아요. 처음 보는 자리에서는 누구나 예의를 갖추기 때문에 친절함과 다정함이 잘 구별되지 않거든요. 서로의 작은 변화까지 알아볼 만큼 가까워져야 그 사람의 말투와 기억력, 기다려 주는 방식이 보이기 시작해요.
친구픽에서도 '다정한'은 첫인상 라운드가 아니라 두 번째 라운드인 '친해지면'에서 고르는 단어예요. 처음엔 조용하거나 시크해 보이던 친구가 알고 보니 누구보다 다정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다정한 사람 특징
지나가듯 한 말을 기억해요
"요즘 잠을 잘 못 자"라는 말을 일주일 뒤 "요즘은 좀 자?"로 돌려주는 사람이에요. 대단한 이벤트보다 기억해 줬다는 사실이 상대에게 더 오래 남아요.
말끝이 부드러워요
같은 내용도 "그거 아니야"보다 "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는데"처럼 말해요. 조별 과제에서 의견이 갈릴 때도 상대가 머쓱하지 않을 표현을 먼저 찾아요.
서두르지 않아요
친구가 고민을 꺼내기 전에 캐묻지 않고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옆에 있어 줘요. 다정함은 무언가를 해 주는 데서만큼, 재촉하지 않는 데서도 드러나요.
잘 챙겨주는 사람, 공감 잘하는 사람과 다른 점
세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초점이 조금씩 달라요. 세 번째 라운드 '모임에서'에 있는 '잘 챙겨주는'과 '공감 잘하는'이 무엇을 하는지에 가깝다면, '다정한'은 그걸 어떤 온도로 하는지에 가까워요.
- 잘 챙겨주는생일을 기억하고 여행 준비물을 대신 챙기는 것처럼 행동으로 보여 줘요.
- 공감 잘하는친구가 속상할 때 그 마음을 같이 느끼고 말로 돌려줘요.
- 다정한챙길 때도, 위로할 때도, 부탁을 거절할 때조차 말과 태도가 따뜻해요.
그래서 잘 챙겨주지만 말투는 무뚝뚝한 친구도 있고, 크게 뭘 해 주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마음이 놓이는 다정한 친구도 있어요.
정작 본인은 다정한 줄 모르는 이유
다정하다는 말을 들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내가? 그냥 평소처럼 한 건데"라는 답이 돌아오곤 해요. 다정함은 애써서 하는 일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이라 본인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기본값이거든요. 기본값은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워요.
또 다정한 사람은 남이 건넨 작은 친절은 오래 고마워하면서도, 자기가 한 일은 당연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내 행동을 재는 잣대와 남의 행동을 재는 잣대가 다른 셈이죠. 이렇게 나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또렷한 모습을 조하리의 창에서는 '보이지 않는 창'이라고 불러요. 다정함은 이 창에 들어가기 쉬운 모습 중 하나예요.
다정한 사람이 오해받기 쉬운 점
모두에게 친절하다 보니 "누구한테나 저러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싫은 소리를 부드럽게 돌려 말하다가 진짜 의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때도 있고요. 다정함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표현이 부드러워서 생기는 오해에 가까워요.
다정함은 주는 사람보다 받은 사람이 더 잘 기억해요. 내가 친구들에게 어떤 온도의 사람이었는지 가까운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알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