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람 특징, 순수와 순진은 어떻게 다를까

순수하다는 말, 칭찬일까요? 순수와 순진은 '어수룩하다'는 뜻이 있느냐에서 갈려요. 표준국어대사전으로 두 말의 차이를 짚고, 순수한 사람 특징과 "그러다 손해 본다"는 걱정까지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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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일주일 전, 한 친구가 이번 학기 내내 정리한 필기를 수업 게시판에 올려요. "필요한 사람 있으면 편하게 보세요!" 잠시 뒤 같은 수업을 듣는 단짝에게서 카톡이 와요. "상대평가인데 그걸 다 올려? 너 진짜 순수하다." 칭찬 같기도 하고 걱정 같기도 한 말이에요.

이 말이 칭찬인지 걱정인지는 '순수하다'와 '순진하다'의 사전 뜻을 견줘 보면 실마리가 보여요.

순수하다 뜻, 순진하다와의 차이

표준국어대사전은 '순수하다'를 두 가지로 풀어요. 하나는 "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 없다"로, '순수한 물'처럼 써요. 사람 마음에 쓸 때는 다른 하나,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다"는 뜻이에요.

'순진하다'에도 뜻이 둘 있어요. "마음이 꾸밈이 없고 순박하다", 그리고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예요. '어수룩하다'라는 풀이는 '순진하다'에만 있고 '순수하다'에는 없어요.

정리하면 순수는 욕심 없는 마음을, 순진의 둘째 뜻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에요. 필기를 올린 친구가 상대평가라는 걸 알고도 그랬다면 몰라서 한 일이 아니니 어수룩하다기보다 순수한 쪽에 가까워요.

그러니 '순수하다'는 뜻만 보면 칭찬이에요. 다만 일상에서는 두 말이 섞여 쓰이기도 해서 '순수하다'라고 하면서 어수룩하다는 뜻을 담는 사람도 있어요. 첫 장면의 "너 진짜 순수하다"가 걱정으로도 들리는 건 앞에 "상대평가인데 그걸 다 올려?"가 붙어서 그 뜻이 묻어나기 때문이에요.

순수한 사람 특징, 계산 없이 하는 일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는 마음은 생활에서 이런 모습으로 보여요.

비슷한 단어와 비교하면 순수함이 더 잘 보여요. 같은 일을 해 줄 때 다정한 사람은 말과 태도가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은 그 뒤에 바라는 게 없어요. 다정함이 '어떻게' 해 주느냐라면, 순수함은 '왜' 해 주느냐예요.

'순해 보인다'는 말과도 달라요. 순해 보인다는 건 표정이나 말투를 보고 하는 말이라 인상이 날카로운 사람도 얼마든지 순수할 수 있어요.

고맙다는 말, 받는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

작은 일에는 "고마워"가 바로 나와도, 오래 힘이 돼 준 사람에게 마음먹고 감사를 전하는 건 또 달라요. '갑자기 이러면 어색하지 않을까', '말을 잘 골라야 할 텐데' 싶어 미루게 될 때가 있어요. 이런 걱정이 얼마나 맞는지 실험으로 살펴본 연구가 있어요. 아밋 쿠마르(Amit Kumar)와 니컬러스 에플리(Nicholas Epley)가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진행해 2018년에 발표했어요.

참가자들은 고마운 사람을 한 명 정해 감사 편지를 쓰고, 받는 사람이 얼마나 기뻐하고 얼마나 어색해할지 짐작했어요. 연구진은 편지를 받은 사람에게도 실제로 어땠는지 물었어요. 받은 사람들은 보낸 사람 짐작보다 더 기뻐했고 덜 어색해했어요. 이렇게 양쪽에 물어본 실험은 세 번이었어요. 두 번은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한 번은 실험실에서 했는데 세 번 다 같은 쪽으로 나왔어요.

마지막 실험에서는 말솜씨도 물었어요. 받은 사람들은 편지의 말이 딱 맞았는지, 조리 있었는지에 보낸 사람이 짐작한 것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줬어요. 연구진은 말을 잘해야 한다는 걱정이 감사를 전하는 걸 망설이게 하는 괜한 걸림돌일 수 있다고 봤어요.

따로 시간을 들여 쓴 편지로 한 실험이라 마주 보고 말로 전할 때도 똑같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오래 미뤄 둔 고맙다는 말이 있다면 받는 쪽은 보내는 쪽 짐작보다 반가워했다는 이 결과를 기억해 둘 만해요.

"그러다 손해 본다"는 말을 들을 때

순수한 사람이 자주 듣는 걱정이 있어요. "그러다 손해 본다",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같은 말이에요. 첫 장면처럼 알고 나누는 건 내가 고른 일이라 손해라고만 보기 어려워요. 다만 '손해 본다'는 걱정이 맞을 때도 있어요. 내가 속셈이 없으면 남도 그러려니 하고 믿기 쉬워서 속이려는 사람을 미처 못 알아볼 때예요.

중고 거래에서 "먼저 입금해 주시면 바로 보내 드릴게요"라는 말을 믿고 돈부터 보냈는데 연락이 끊겼다고 해 볼게요. 잘못은 속인 사람에게 있고, 사람을 믿은 마음을 탓할 일도 아니에요. 다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런 수법을 미리 알아 두는 일이에요.

그러니 마음까지 바꿀 필요는 없어요. 돈이나 개인 정보가 걸린 일만 한 번 더 확인하면 돼요. 부탁을 다 들어줘야 순수한 것도, 거절했다고 덜 순수해지는 것도 아니에요. 욕심이 없는 것과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일이에요. 짧고 분명하게 거절하는 한마디는 당당한 사람 특징에 있어요.

친구가 고른 '순수한'은 칭찬일까

친구픽에서는 나도 친구들도 같은 질문 다섯 개에 단어를 골라요. '순수한'은 그중 "○○의 숨은 매력은?" 질문에 있는 단어예요. 친구가 매력으로 고른 말이니 어수룩하다는 뜻보다는 계산 없는 마음 쪽으로 읽으면 돼요.

나는 고르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골랐다면 '내가 몰랐던 나'에 들어가요. 그런데 '순수한'은 정말 몰라서라기보다 내 입으로 고르기 쑥스러워서 빠지는 단어일 수 있어요. "나는 순수해"라고 하면 어수룩하다는 말로 들릴까 봐 망설여지기도 하고요. 조하리의 창의 '보이지 않는 창'은 나만 모르는 모습을 말하지만, 이 단어는 알면서도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던 모습에 가까워요. 그래서 친구가 대신 골라 줄 때 더 반가운 단어예요.

참고한 자료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순수하다', '순진하다'
  • Kumar, Epley (2018), Undervaluing gratitude: Expressers misunderstand the consequences of showing appreciation, Psychological Science 29(9)
친구들 눈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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