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늦게 온 친구가 휴대폰 화면을 내밀어요. "나 인턴 붙었어!" 나는 "오, 잘됐다! 축하해" 하고 웃어 줘요. 그러고는 다시 떡볶이를 집어요. 옆자리 친구는 젓가락을 내려놓아요. "진짜? 어디야? 언제부터 나가? 첫 출근 때 뭐 입고 가?"
나도 축하는 했어요. 그런데 친구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 간 상대는 옆자리 친구였어요. 둘 다 기뻐해 줬는데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리액션 뜻, 상대의 말에 호응하는 일
'리액션'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고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올라 있어요. 풀이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하거나 호응하는 일"이에요. 뜻이 가까운 우리말로는 맞장구가 있어요. 표준국어대사전은 맞장구를 "남의 말에 덩달아 호응하거나 동의하는 일"로 풀고 둘째 뜻으로 "둘이 마주 서서 장구를 치는 일"도 올려 뒀어요.
첫째 뜻대로라면 분식집의 나도 맞장구는 친 셈이에요. 리액션을 더 잘 보여 주는 건 둘째 뜻이에요. 한 사람이 장구를 치면 마주 선 사람이 받아 치면서 장단이 살아나듯 리액션 좋은 사람 앞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살아나요.
리액션 좋은 사람 특징, 이야기가 커지게 하는 반응
리액션 좋은 사람은 목소리가 큰 사람이라기보다 상대가 꺼낸 이야기를 받아서 키워 주는 사람이에요. 이런 모습은 친구가 좋은 소식을 전할 때 가장 잘 보여요.
- 하던 걸 멈춰요좋은 소식을 들으면 휴대폰이나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하는 사람을 봐요.
- 질문으로 이어 가요"잘됐다"에서 끝내지 않고 "합격 연락은 언제 왔어?", "거기서 무슨 일 해?"처럼 이야기가 더 나올 자리를 만들어요.
- 주인공을 바꾸지 않아요"나도 예전에"로 말머리를 내 쪽으로 돌리지 않고 상대가 해낸 일에 머물러요.
- 대화가 흘러가도 다시 꺼내요여럿이 떠들다 화제가 바뀌어도 "아 잠깐, 아까 그 얘기 마저 해 줘" 하고 그 소식으로 돌아와요.
친구픽에서 '리액션 좋은'은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을 묻는 세 번째 질문 '모임에서'에 있어요. 같은 질문의 '웃음 많은', '분위기 띄우는'과 어떻게 다른지는 웃긴 사람 특징에 한 줄씩 정리돼 있어요.
잘 들어주는 사람·공감 잘하는 사람과의 차이
같은 질문에서 더 헷갈리는 건 '잘 들어주는'과 '공감 잘하는'이에요. 잘 들어주는 친구가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 주는 쪽이라면, 리액션 좋은 친구는 들으면서 받아 치는 쪽이에요. 공감 잘하는 친구도 기쁜 일에 같이 들뜨지만 "진짜 좋겠다"처럼 마음을 알아주고, 리액션 좋은 친구는 "그래서 어떻게 됐어?"처럼 이야기를 더 꺼내게 해요. 잘 들어주는 것과 공감의 차이는 공감 잘하는 사람 특징에 정리해 뒀어요.
'잘됐다'와 '진짜? 어디야?' 사이
그날 분식집에서 인턴 소식을 들은 친구가 넷이었다면 반응은 이렇게 갈렸을지도 몰라요.
- 적극적으로 살리는 반응"진짜? 어디야? 언제부터 나가?"처럼 관심을 쏟으며 함께 기뻐하고 더 물어봐요.
- 소극적으로 살리는 반응"오, 잘됐다! 축하해"처럼 따뜻하지만 짧게 지나가요.
- 적극적으로 꺾는 반응"거기 일 엄청 많다던데 괜찮겠어?"처럼 좋은 일을 깎아내리거나 걱정거리부터 짚어요.
- 소극적으로 꺾는 반응"아 그래? 근데 나 오늘…"처럼 소식을 지나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요.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셸리 게이블(Shelly Gable) 연구진은 좋은 소식을 전해 들은 사람의 반응을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눠요. 기준은 둘이에요. 적극적인지 소극적인지, 그리고 기쁨을 살리는 쪽인지 꺾는 쪽인지예요.
적극적으로 꺾는 반응은 걱정에서 나오기도 해요. 인턴이 힘들까 봐 한 말이어도 막 기뻐하던 사람에게는 김이 빠지는 말로 들릴 수 있어요. 걱정은 다음 날 해도 늦지 않아요.
연구진이 2006년 논문에 정리해 둔 앞선 연구들을 보면 네 가지 가운데 적극적으로 살리는 반응만 좋은 관계와 관련이 있었어요. 상대가 이렇게 반응해 준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관계가 좋다고 답했고, 나머지 세 가지는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분식집의 "오, 잘됐다! 축하해"도 따뜻한 축하였어요. 다만 짧게 지나간 소극적으로 살리는 반응이라 그 한 가지에는 들지 못해요. 적극적이라는 게 목소리가 커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옆자리 친구도 소리를 지른 게 아니라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었을 뿐이에요.
연인 79쌍의 대화를 지켜본 연구
앞선 연구가 상대가 평소 어떻게 반응한다고 느끼는지 물었다면, 2006년 논문에서 연구진은 실제 대화를 지켜봤어요. 대학 캠퍼스 광고로 모은 연인 79쌍이 카메라 앞에 마주 앉아 최근 자기에게 있었던 좋은 일과 걱정거리를 번갈아 이야기했어요. 말한 사람은 대화가 끝날 때마다 상대가 자기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아껴 준다고 느꼈는지 답했어요. 녹화를 본 관찰자들은 좋은 일을 이야기하는 동안 듣는 사람의 말과 몸짓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기쁨을 살리는 쪽이었는지 점수를 매겼어요.
관찰자가 보기에 적극적으로 살리는 쪽으로 반응한 상대일수록 말한 사람도 더 이해받았다고 느꼈어요. 연구진은 관계에 대한 만족, 이어 가려는 마음, 열정적인 사랑을 묶어 관계 점수도 냈어요. 그런데 이 점수와 더 일관되게 관련된 건 걱정거리를 말한 뒤가 아니라 좋은 일을 말한 뒤에 이해받았다고 느낀 정도였어요. 두 달 뒤 연락이 닿은 58쌍 가운데 헤어진 커플은 4쌍이었는데, 계속 만나는 커플과 견주면 이 커플들은 좋은 소식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했는지에서 주로 차이가 났어요.
친구 사이에도 똑같을까요? 연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어요. 헤어진 커플이 적어서 연구진도 조심스럽게 보자고 했어요. 두 달 사이 관계 점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살펴봤는데, 처음 점수가 비슷한 사람끼리 견주면 대화 뒤에 이해받았다고 느낀 정도와 그 변화는 뚜렷하게 관련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좋은 소식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면 관계가 좋아진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요. 그런 반응과 좋은 관계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데까지만 말할 수 있어요.
좋은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은 친구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지 떠올려 보세요. 내 소식에 하던 걸 멈추고 질문을 쏟아 내던 사람 아닌가요? 인턴 친구에게는 옆자리 친구가 그런 사람일 거예요. 분식집의 나도 축하하는 마음은 같았어요. 그 마음이 질문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떠올린 그 친구가 친구픽 링크를 보내온다면 "친구들 사이에서 ○○은?" 질문에서 '리액션 좋은'을 골라 줄 수 있어요. 답은 익명이라 누가 골랐는지는 몰라도, 내 이야기를 키워 주던 모습이 친구의 결과에 한 표로 보태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