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사람 특징, 부탁할 때 먼저 떠오르는 사람

든든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말한 건 하고, 안 될 땐 안 된다고 하는 든든한 사람 특징과 잘 챙겨주는·책임감 있는 사람과의 차이를 짚고, 부탁하면 거절당할 것 같다는 걱정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실험으로 살펴봐요.

친구픽 3라운드 · 모임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 분위기 띄우는
  • 잘 들어주는
  • 잘 챙겨주는
  • 리액션 좋은
  • 든든한 (이 글의 단어)
  • 웃음 많은
  • 눈치 빠른
  • 공감 잘하는

이사 날짜가 잡혔는데 짐을 같이 옮길 사람이 필요해요. 인스타 스토리에 "토요일 이사 도와줄 사람 구함ㅠ"을 올리려다 지워요. 다음 날 수업이 끝나고 한 친구에게 다가가 물어요. "토요일에 이사 좀 도와줄 수 있어?" 말을 꺼내기 전까지 '바쁘면 어떡하지' 한참 망설였는데 친구는 듣자마자 답해요. "몇 시? 아침 든든하게 먹고 갈게."

망설이면서도 여러 친구 가운데 그 친구가 먼저 떠오른 건 이 친구라면 부탁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든든하다'는 바로 이런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든든하다 뜻, 믿는 쪽 마음이 허전하지 않은 것

표준국어대사전은 '든든하다'의 첫 뜻을 이렇게 풀어요. "어떤 것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이 허전하거나 두렵지 않고 굳세다." 예문 가운데 하나가 "네가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다"예요. 이 문장에서 든든한 건 '너'가 아니라 너를 믿는 '나'의 마음이에요.

친구 답에 나온 '든든하게'는 다른 뜻이에요. "먹은 것이나 입은 것이 충분해서 허전한 느낌이 없다"는 뜻으로 사전 예문에도 "아침 든든하게 먹고 출발해라"가 있어요. 두 풀이 모두 '허전'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요. 밥을 든든히 먹으면 배가 허전하지 않고, 믿을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허전하지 않은 셈이에요.

사전에는 "믿음직할 정도로 알차고 실하다"는 풀이도 있어요. 사람을 두고 '든든한 친구'라고 하면 이 뜻과 첫 뜻이 함께 담긴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친구가 믿음직하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 덕분에 내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에요.

친구픽에서 '든든한'은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을 묻는 세 번째 질문 '모임에서'에 들어 있어요.

든든한 사람 특징,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

이 사람이면 믿어도 되겠다는 마음은 큰일이 났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의 작은 일에서도 쌓여요.

같은 '모임에서' 질문의 '잘 챙겨주는'과는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달라요. 잘 챙겨주는 사람은 비 소식이 있으면 전날 "내일 우산 챙겨" 하고 연락하듯 내가 말하기 전에 다가와요. 든든한 사람은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먼저 찾게 되는 사람이고 부르면 와요.

'공부하거나 일할 때' 질문의 '책임감 있는'과도 달라요. 책임감은 자기가 맡은 일 앞에서 보이고, 든든함은 친구 일이 꼬였을 때 보여요. 자기 몫의 발표 자료를 마감까지 끝내는 친구가 책임감 있는 친구라면, 마감 전날 내 노트북이 고장 났을 때 생각나는 친구는 든든한 친구예요.

부탁하면 거절당할 것 같은 걱정

첫 장면의 '바쁘면 어떡하지'처럼 부탁 앞에서는 상대가 거절할 거라는 짐작이 앞서기 쉬워요. 미국 컬럼비아대의 프랜시스 플린(Francis Flynn)과 버네사 레이크(Vanessa Lake)는 2008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이런 짐작을 실제 결과와 견줘 봤어요.

첫 실험에서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설문지 작성해 주실래요?"라고 부탁했어요. 5~10분 걸리는 설문지였고 다섯 명에게 승낙을 받아야 끝나는 과제였어요. 시작하기 전에 몇 명에게 물어야 할지 예상해 본 참가자들은 평균 스무 명쯤이라고 했어요. 실제로는 열 명 남짓에게 묻고 끝났어요. 예상의 절반이었어요.

휴대폰을 잠깐 빌려 달라거나 체육관까지 같이 걸어가 달라는 부탁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실험용 부탁이 아니라 실제로 해야 하는 부탁도 그랬어요. 마라톤이나 철인 3종 대회에 나가며 혈액암 연구와 환자 치료를 위한 후원금을 모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어요. 이들은 목표를 채우려면 실제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부탁해야 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이때는 잘 아는 사람에게 한 부탁도 섞여 있었어요.

연구진이 찾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거예요. 부탁하는 쪽은 상대가 들일 시간과 수고는 따지면서, 거절할 때 상대가 느낄 어색함은 덜 헤아려요. 마주 보고 "해 주실래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니요"라고 하기가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이걸 확인하려고 새 실험에서는 참가자 절반에게는 설문지 부탁을 얼굴 보고 하게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같은 부탁을 전단지에 적어 말없이 나눠 주게 했어요. 얼굴 보고 물었을 때는 이번에도 예상보다 적은 사람에게 물어도 됐는데, 전단지는 거꾸로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눠 줘야 했어요. 전단지는 그냥 지나치면 되니 거절하기가 쉬워요. 연구진은 사람들이 부탁을 들어주는 이유가 돕고 싶어서라기보다 거절해서 난처해지기 싫어서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어요.

이 연구는 미국에서 했고, 직접 부탁해 본 실험은 대부분 대학 캠퍼스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얼굴을 보고 부탁하는 식이었어요. 친구 사이라면 편해서 거절이 더 쉬울 수도, 사이가 걸려 있어서 더 어려울 수도 있으니 숫자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어요. 다만 첫 장면의 인스타 스토리는 전단지에 가까워요. 누구도 따로 "난 안 돼"라고 답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친구에게 다가가 직접 물은 건 실험에서 얼굴 보고 한 부탁 쪽이에요.

그렇다면 친구의 "갈게"도 거절하기 난처해서 나온 대답일 수 있을까요? 평소에 안 될 땐 안 된다고 말하는 친구라면 그 걱정은 덜어도 돼요. 그 친구의 "갈게"는 정말 괜찮아서 한 대답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든든한 사람 앞에서 부탁이 덜 무거운 건 이 때문일지도 몰라요.

'든든한'을 받았다면, 이번엔 내가 기대어 볼 차례

친구가 "친구들 사이에서 ○○은?" 질문에서 '든든한'을 골랐다면 그 친구에게 나는 "네가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다"의 '너'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첫 장면으로 치면 "몇 시?" 하고 바로 답한 쪽이에요. 든든함은 믿는 쪽에서 느끼는 마음이라 내가 얼마나 든든한 사람인지는 나보다 친구가 먼저 알아요.

그런데 든든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은 부탁을 받는 데는 익숙해도 하는 데는 서툴 수 있어요. 거절당할까 봐, 아니면 친구가 난처해서 들어줄까 봐 혼자 해결하고 마는 때도 있고요.

다음에 내 일이 꼬이면 이번엔 내가 한 사람에게 직접 물어볼 차례예요. 안 될 땐 안 된다고 말해 주는 친구가 든든하듯 친구에게 그렇게 말할 자리를 남겨 두고요. "토요일에 좀 도와줄 수 있어? 안 되면 편하게 말해 줘." 그렇게 묻고도 "갈게"가 돌아온다면 한결 마음 놓고 기대도 돼요.

참고한 자료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든든하다'
  • Flynn, Lake (2008), If you need help, just ask: Underestimating compliance with direct requests for hel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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